이게 마지막이다

from Photo 2008/06/15 13:11


이것이 마지막이다....라는 문구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었다.
이노우에씨가 이전에도 만화 전시를 했었고 이번이 마지막 전시라는 뜻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베가본드의 마지막회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전시는 미야모토 무사시가 나이들어 죽어가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과 과거 회상을 그리고 있다.
'다음번엔 목숨을 뺏는 일 없이 다시 한번 겨뤄보자'던 보장원의 인슌도 늙은 모습으로 나와
손을 맞잡고, 사부 사부 하면서 따라다니던 꼬마도 다 커서 자식을 데리고 무사시를 만나러 오고
시시도 바이켄, 인에이, 야규, 요시오카, 코지로 등등 먼저 죽은 사람들과 모두 만난다.
그리고 결국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서도 뭔가 이해를 하며 죽어가고 항상 얘기하던 강하다는 것에
대한 답도 얻고 간다. 몇개 컷 빼고는 전부 소름이 돋으면서 한참을 보게 만든다.

전시는 기본적으로 만화의 컷 하나하나를 분리해서 전시장에 주욱 전시하는 형식이었다.
컷은 전부 캔버스로 작업한 것이었는데 그 크기는 A4 정도 크기에서부터 100호는 족히 넘어 보이는
크기까지 다양했다. 작가가 보통의 원고 작업에서 느꼈을지도 모르는 공간의 한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 전시에서 다 풀어내는 듯 보였다. 지금 이 주인공의 감정을 충분히 보여주려면 적어도 가로 2미터
세로 3미터는 되야겠군....이런 느낌.

그림은 대부분 먹으로 그려졌는데 주어진 넓은 공간을 파워풀하게 메꿔가기엔 제격이었고 더군다나
주인공이나 배경이나 전부 일본이다 보니 먹과 붓이 딱 알맞은 도구가 아니었을까 한다.
또 서양인들에겐 얼마나 더 환상적으로 보일까.

단지 그림 뿐 아니라 그림이 놓여있는 전시장의 연출도 사람 소름 돋게 만들었다. 예를 들면 과거 회상
씬이 있는 방은 조명을 전부 끄고 캔버스에만 스포트 라이틑 때린다. 보통 만화에서 과거 회상씬이 검은
배경을 가지는 것을 실제화 한것이다. 그 뿐 아니라 무사시의 아집을 나타내는 목도를 어머니에게 안기는 순간
떨어뜨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 캔버스에는 무사시의 목도를 놓치는 손만 그려져 있다. 그리고 그 캔버스는
전시장의 높은 곳에 걸려있고 전시장 바닥에 목도가 하나 놓여있다. 부르르르르르.....
코지로가 "자, 같이 가자' 하면서 저 편으로(죽음) 가는 장면이 있는데 가로로 긴 캔버스를 파노라마 형식으로
펼쳐놓았고 그림상의 배경은 바닷가(코지로가 나고 자란)였다. 그리고 그 앞엔 캔버스를 따라 모래가 한가득
부르르르르르...... 마지막 컷은 출구위쪽의 벽에 그대로 그려 놓았다. 어린 무사시가 저 멀리 걸어가는 장면이
출구 바로 위에 그려져있다. 부르르르......

이노우에 다케히코같은 능수능란한 작가가 넓은 공간을 가지면 만화가 이 정도로 파워풀하게 읽혀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컷과 컷 사이를 눈으로 옮겨가며 읽는 만화라는 미디어가 전시장이라는
형태를 빌려, 컷과 컷 사이를 걸음으로 옮겨가며 읽으면 어떤 몰입감을 가지게 되는지, 어떤 속도로
읽게 되는지에 대한 실험이었고 그 실험은 대망의 마지막회가 가지는 특유의 여운이 가득한
분위기로 인해 대성공했다고 본다. 어쩌면 (적어도 만화계 안에서) 역사적인 전시를 본 것일지도 모른다.
태어나서 본 전시중에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와 닿았던 전시였다. 나한테는 별 만개짜리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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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홋긍 2008/06/15 22: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짱부럽다 ㅠ

  2. 노재 2008/06/16 20:3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개감동 이빠이

  3. 영민 2008/06/23 01:3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어디서 언제까지에요?

  4. 노재 2008/06/23 13:5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7월 몇일까지....
    우에노 공원 모리 미술관.